식품 이야기

케첩의 놀라운 과거, 원래는 약이었다?

J.Foodist 2025. 9. 26.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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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미국 약국에서 토마토 케첩을 치료용 시럽으로 판매하던 모습을 묘사한 그림

햄버거와 감자튀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스가 바로 케첩입니다. 새콤달콤한 맛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사실 케첩의 시작은 우리가 아는 ‘소스’가 아니었습니다. 놀랍게도 19세기 미국에서는 케첩이 약국에서 파는 소화제, 즉 ‘치료용 시럽’으로 판매된 기록이 있습니다.

케첩의 기원, 소스가 아니었다

케첩의 뿌리는 아시아에서 전해진 발효 소스 ‘케찹(kecap)’에서 비롯됩니다. 원래는 생선이나 콩을 발효해 만든 짭짤한 액체였고, 18세기 유럽 상인들에 의해 전해지면서 여러 가지 형태로 변형되었습니다. 이후 미국에 전해져 토마토를 주재료로 한 케첩이 등장했는데, 처음에는 음식보다는 건강에 좋은 ‘약’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19세기 미국의 ‘토마토 약 붐’

당시 미국에서는 토마토가 소화에 좋고 각종 질병에 효과가 있다는 믿음이 널리 퍼졌습니다. 실제로 1830년대에는 ‘토마토 알약’이 특허 제품으로 판매되었고, 의사와 약사가 토마토 케첩을 ‘치료용 시럽’으로 만들어 배탈이나 소화불량 환자에게 권장했습니다. 오늘날의 영양학적 근거와는 거리가 있지만, 토마토가 풍부한 비타민과 항산화 성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습니다.

케첩, 약에서 소스로 자리 잡다

케첩이 본격적으로 음식 소스로 자리 잡은 것은 19세기 후반부터입니다. 토마토를 대량으로 가공하고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스로서의 활용 가치가 더 커졌습니다. 특히 1876년, 하인즈(Heinz)사가 위생적이고 대량 생산된 토마토 케첩을 출시하면서 대중화에 불을 붙였습니다. 이때부터 케첩은 ‘약’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패스트푸드, 가정 요리의 대표 소스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케첩이 약으로 여겨진 이유

  • 토마토가 소화와 건강에 좋다는 당시의 믿음
  • 19세기 의학이 과학적 근거보다는 경험적 요법에 의존했던 환경
  • 당시 ‘특허 의약품(patent medicine)’ 붐과 맞물려 케첩도 약으로 판매

즉, 케첩은 단순한 식품이 아닌 당시 사람들에게는 ‘건강을 지켜주는 물질’로 인식되었던 것입니다.

오늘날의 시각에서 본 케첩

현대 영양학적으로 보면 케첩은 토마토에서 유래한 라이코펜이라는 항산화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건강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설탕과 나트륨이 많이 들어 있어 과다 섭취는 좋지 않다는 점도 분명합니다. 결국 ‘약’으로 보기엔 무리지만, 적당히 즐긴다면 맛과 영양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소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식품 이야기의 교훈

케첩의 사례는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도 시대와 문화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오늘날 당연히 ‘소스’로 인식하는 케첩이 불과 200년 전에는 ‘약’으로 팔렸다는 사실은 식품의 역사를 더욱 흥미롭게 만듭니다. 앞으로 우리가 먹는 음식 중에도 언젠가 새로운 기능이나 의미가 밝혀질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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