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이야기

고기 굽기, 정말 ‘센 불로 겉을 익혀야 육즙이 가둬질까?’

J.Foodist 2025. 7.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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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구울 때 흔히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겉을 센 불로 지져서 표면을 막아야 육즙이 안 빠져나간다.”

오랫동안 요리 팁처럼 전해 내려오지만, 실제로 과학적 근거가 있을까요?
조리 과학을 다룬 『더 푸드 랩(The Food Lab)』(J. Kenji López‑Alt 저) 에서는 이 믿음을 실험으로 검증했고, 결론은 “오해에 가깝다”는 것이었습니다.


■ 시어(searing)와 육즙의 관계

센 불로 표면을 순간적으로 익히는 과정을 시어(searing) 라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표면 단백질과 당이 만나 메일라드 반응(Maillard reaction) 을 일으키며, 갈색 껍질과 구수한 풍미가 생깁니다.
그래서 레스토랑의 스테이크를 보면 표면이 진한 갈색을 띠죠.

하지만 이 갈색 껍질이 수분을 막는 ‘방수막’ 역할을 하지는 않습니다.
고기 내부의 수분은 근섬유 속에 존재하는데, 단백질이 40~60℃에서 변성되며 내부 수분이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즉, 표면이 아무리 빠르게 갈변해도 내부 수분의 이동을 막지는 못한다는 뜻입니다.
『더 푸드 랩』에서도 여러 번 실험한 결과, 시어한 고기와 그렇지 않은 고기 사이에 수분 손실의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고 합니다.


■ 자주 뒤집으면 왜 좋은가?

많은 사람들이 “고기를 자주 뒤집으면 육즙이 더 빠진다”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저자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줍니다.

  • 한쪽 면을 오래 두고 구우면, 표면이 과도하게 가열되며 수분 증발이 빨라집니다.
  • 반대로 적당한 온도에서 자주 뒤집어주면, 표면이 과도하게 뜨거워지기 전에 뒤집혀서 열이 고르게 분산됩니다.
  • 그 결과, 표면 건조층이 얇게 유지되고 수분 손실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더 푸드 랩』에서 실시한 실험에서는 같은 두께와 무게의 스테이크를 두 방식으로 구웠을 때, 자주 뒤집은 스테이크가 약간 더 많은 육즙을 보존했다고 보고했습니다.


굽기정도에 따른 중량손실 비교

 

■ 조리법 선택에 대한 조언

결론적으로,

  • 시어는 풍미를 강화하는 역할일 뿐, 육즙을 가두지 않는다.
  • 자주 뒤집기 방식이 수분 보존과 균일한 익힘에 유리하다.

따라서 스테이크나 두툼한 고기를 구울 때는 “센 불로 봉쇄”라는 오래된 신화를 믿기보다는, 맛을 위해 시어를 활용하되, 굽는 동안은 적당한 온도로 자주 뒤집어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 마무리

요리는 과학입니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조언 중에는 실제로 과학적 실험을 거치지 않은 것도 많습니다.
『더 푸드 랩』처럼 과학적 접근을 통해 검증된 정보를 참고하면, 같은 재료로도 훨씬 맛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죠.
다음에 스테이크를 구울 때는 이 내용을 떠올려 보세요.
겉은 맛있게 갈변시키되, 자주 뒤집어가며 내부의 육즙을 지켜내는 조리법을 실천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더 푸드 랩(The Food Lab)』, J. Kenji López‑Alt, W. W. Norton & Company,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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