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미국의 환경단체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는 ‘더티 더즌(Dirty Dozen)’이라는 이름의 농산물 리스트를 발표합니다. 농약 잔류량이 높은 12가지 과일과 채소를 선정해 소비자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목적의 가이드인데요. 딸기, 시금치, 케일, 복숭아, 사과 등 우리가 자주 섭취하는 식재료들이 리스트에 자주 오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이슈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유통·재배 환경과 기준을 그대로 국내에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훨씬 엄격한 잔류농약 관리제도, 바로 **PLS(Positive List System)**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PLS 제도는 국내 농산물의 안전성을 높이는 핵심적인 제도로, 실제로 시중에 유통되는 농산물 대부분이 매우 안전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이제부터 이 PLS 제도가 무엇이고, 왜 소비자로서 신뢰할 수 있는지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PLS란 무엇인가?
PLS는 ‘허용된 농약만 사용 가능하고, 기준이 없는 농약은 무조건 금지’하는 농약 잔류 기준 강화 제도입니다. 과거에는 일부 농약에만 잔류허용 기준이 있어, 기준이 없는 농약이 검출되어도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2019년부터 시행된 PLS는 모든 농산물과 모든 농약에 대해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적용합니다.
- 등록된 농약만 사용 가능
- 등록되지 않은 농약 성분이 검출되면 0.01ppm(10ppb) 이상일 경우 무조건 부적합 판정
- 허용 기준이 없는 농약 성분은 사용 금지, 검출돼도 ‘기준 위반’ 처리
즉, 농가에서 아무 농약이나 임의로 사용할 수 없고, 사전에 등록되어 안전성이 입증된 성분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매우 엄격한 ‘보호막’이자, 농산물 안전성에 대한 강력한 제도적 기반이 되는 셈입니다.
왜 PLS가 필요한가?
농산물은 수확 후에도 유통, 보관, 조리 과정을 거치면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농약 잔류가 문제가 된다면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 노인,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은 농약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할 수 있죠.
PLS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일부 농약이 등록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사용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등록되지 않은 농약은 0.01ppm이라도 검출되면 즉시 부적합 판정을 받고, 해당 농산물은 유통될 수 없습니다.
이처럼 PLS는 미등록 농약의 사용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등록된 농약만 사용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전체 농산물의 안전 수준을 크게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PLS 시행 이후의 변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23년 발표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된 5,184건의 농산물 가운데 98.6%가 PLS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적합률은 단 1.4%로 매우 낮았으며, 이마저도 대부분 미량 검출이었습니다.
또한 PLS 제도 도입 이후 농가에서도 농약 관리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개선되었고, 농약 사용 이력을 기록하고 정기 교육을 받는 등 자율적인 품질관리 노력이 강화되었습니다. 이는 곧 소비자에게 더 신뢰받는 유통구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주의할 점은?
PLS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고 해서 소비자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농산물 세척 및 선택 방법을 숙지하면 훨씬 안전한 식생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세척하기
대부분의 농약 성분은 표면에 묻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씻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제거할 수 있습니다. - 껍질 벗기기, 데치기 활용
감자, 사과, 복숭아 등은 껍질을 벗기거나 끓는 물에 살짝 데치면 농약 성분이 더욱 줄어듭니다. - 인증 마크 확인하기
유기농, 저농약, GAP 인증 마크가 부착된 농산물은 생산 이력과 품질 관리가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어 선택에 도움이 됩니다. - 다양한 식품 섭취하기
특정 식재료만 반복적으로 섭취하는 것보다, 다양한 제철 식재료를 골고루 섭취하면 체내 잔류 가능성을 더욱 줄일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더티 더즌’이라는 표현은 미국의 농산물 유통 환경에 맞춰 만들어진 소비자 경고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적으로도 가장 엄격한 수준의 농약 관리 제도인 PLS가 운영되고 있으며, 실제 조사 결과에서도 국내 농산물은 매우 안전한 수준임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무작정 불안해하기보다, 국내 제도의 구조와 기준을 신뢰하고,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농산물을 고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신보다는 정보, 불안보다는 이해. 이것이 현명한 식생활의 출발점입니다.
'식품안전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GMO, 정말 안전할까? — 찬반 논점을 균형 있게 살펴보기 (0) | 2025.07.19 |
|---|---|
| 알룰로오스, 대체당 시장의 신흥 강자 (1) | 2025.07.14 |
| 개미 요리, 왜 불법일까? 식용곤충의 허용 기준과 우리가 알아야 할 식품안전 상식 (2) | 2025.07.12 |
| 얼음틀, 그냥 넘기지 마세요! - 식중독균 위험과 우리 관리법 (1) | 2025.07.08 |
| 🧊 먹는샘물 소비기한 최대 2년까지 연장! 무엇이 달라졌을까? (0) | 2025.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