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탁을 책임지는 고추장은 매운맛과 색을 좌우하는 고춧가루 함량에 따라 풍미가 크게 달라진다. 그런데 시판 제품을 살펴보면 ‘태양초’ 같은 문구만 강조하고 정작 고춧가루 함량은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번 글에서는 법적 기준, 표시 의무, 그리고 고춧가루 함량이 소비자에게 주는 의미를 정리해 본다.

1. 법으로 정해진 최소 기준은 ‘6 %’
식품의 기준·규격상 고추장은 두류·곡류에 누룩균을 배양한 뒤 고춧가루 함량을 ‘최소 6 %’ 이상 넣어 발효·숙성시킨 제품만을 말한다. 이 수치는 고추장이라는 이름을 달기 위한 최저선일 뿐이다. 전통 수제 고추장이 12 % 내외를 쓰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2. ‘얼마를 넣었는지’ 12포인트 글씨로 표시해야
소비자 알 권리를 위해 식품 표시기준은 고추장 주표시면에 고춧가루 함량을 12 포인트 이상 글씨로 반드시 적도록 의무화했다.
작은 글씨로 숨긴다면 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장을 고를 때 이 숫자를 먼저 확인하면 진짜 매운맛을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
3. 고춧가루 자체도 등급이 있다
고춧가루는 매운맛 성분(총 capsaicinoid) 함량에 따라 KS 규격 5단계로 나뉜다.
- 순한맛: 150 mg/kg 미만
- 덜 매운맛: 150–300 mg/kg
- 보통 매운맛: 300–500 mg/kg
- 매운맛: 500–1 000 mg/kg
- 매우 매운맛: 1 000 mg/kg 이상
같은 ‘6 %’라도 순한맛 고춧가루를 쓰면 결과가 심심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저함량이지만 ‘매우 매운맛’ 등급의 고춧가루를 쓰면 꽤 알싸한 고추장이 나온다.
4. 왜 ‘함량’이 중요한가
- 풍미‧색 – 캡사이시노이드와 카로티노이드가 충분해야 선명한 붉은빛과 깔끔한 매운맛이 난다.
- 영양 – 비타민 A 전구체, 항산화 성분이 고춧가루 속에 있다.
- 안전 – 고춧가루 대신 ‘고추양념(추출물)’만 쓰면 수입 원료 비중이 커지고, 아플라톡신·이물 등 관리 포인트가 달라진다.
- 가격 대비 가치 – 같은 무게라도 고추 원재료 비율이 높으면 원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함량이 가격 차이를 설명해 준다.
5. 라벨 읽는 실전 팁
- 고춧가루 함량이 10 % 넘는지 먼저 확인한다.
- 원재료명에 ‘고추양념’이 고춧가루보다 앞에 있으면 실제 가루 비율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
- ‘태양초’ 문구는 건조 방식일 뿐, 비율을 보장하지 않는다.
- KS 등급(순한맛·매운맛 등) 표시가 있는 고춧가루를 사용한 고추장이면 매운맛 예측이 쉽다.
6. 소비자·제조자 모두를 위한 투명성
정부가 고춧가루 함량 표시를 의무화한 이후, 일부 기업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포장 전면에 ‘국산 고춧가루 12 %’처럼 별도 표기를 추가한다. 이런 흐름은 정직한 제조사에 보상을 돌려주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힌다. 더 나아가 K-푸드 세계화 과정에서 ‘진짜 고추장’의 이미지를 지키는 기본 조건이기도 하다.
맺음말
고추장 한 스푼 속 숫자 ‘6 %’와 ‘12 %’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다. 매운맛, 영양, 가격, 문화적 가치까지 좌우하는 핵심 지표다. 다음 장을 고를 때는 꼭 고춧가루 함량을 찾아보고, 내 입맛과 가치관에 맞는 장을 선택해 보자.
'식품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RTD·RTE·RTH·RTC 한눈에 이해하기: 간편식 4종 완전정복 (3) | 2025.07.21 |
|---|---|
| 왜 우리는 식량 부족을 겪는가? — 인구·자원·기후의 삼중 압력 (3) | 2025.07.19 |
| 6천만 원에 팔린 ‘카브랄레스 치즈’, 푸른곰팡이가 만든 깊은 맛 (0) | 2025.07.17 |
| 간장 TN’으로 읽는 간장의 품질과 맛 (3) | 2025.07.17 |
| 고기는 꼭 ‘고기’여야 할까? 대체육이 여는 새로운 식탁 (0) | 2025.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