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콤한 초콜릿을 꺼냈는데, 표면에 하얀 가루가 생겨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곰팡이야?", "유통기한 지난 거 아냐?" 하고 놀라는 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곰팡이도, 부패도 아닌 '초콜릿이 겪는 자연스러운 변화'입니다. 오늘은 초콜릿을 둘러싼 흰 가루, 그 정체에 대해 과학적으로 살펴봅니다.
하얀 가루의 정체는?
초콜릿 표면에 생기는 하얀 가루의 정식 명칭은 ‘블룸(bloom)’입니다. 이는 곰팡이나 유해물질이 아닌, 초콜릿에 포함된 성분이 표면으로 이동해 굳어지며 생기는 현상입니다. 흰 가루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지방(팻 블룸) 또는 당분(슈거 블룸)의 결정이 떠오른 것입니다.
팻 블룸(Fat Bloom) vs 슈거 블룸(Sugar Bloom)
- 팻 블룸(Fat Bloom): 코코아버터 등 지방 성분이 제조공정에서의 템퍼링(Tempering) 미흡이나 보관 중 온도 변화로 인해 초콜릿 표면으로 스며나왔다가 다시 굳으며 발생합니다. 매끄럽던 표면이 뿌옇고 부드럽게 보이며, 손에 닿으면 녹기도 합니다.
- 슈거 블룸(Sugar Bloom): 초콜릿을 냉장고에서 꺼내거나 습기 많은 곳에 보관했을 때 표면 수분이 당분을 녹였다가 다시 증발하면서 하얗게 남는 경우입니다. 표면이 거칠고 바삭하게 보이며, 때론 설탕 결정이 손에 느껴지기도 합니다.
팻 블룸의 주요 원인
팻 블룸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발생합니다:
- 템퍼링 불량: 제조 시 코코아버터의 결정형이 안정적인 형태(β형)로 형성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며 불안정한 결정이 이동해 표면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 온도 변화: 초콜릿이 높은 온도에서 녹거나 다시 식는 과정에서 지방이 재결정화되어 표면에 하얀 막처럼 나타납니다.
즉, 팻 블룸은 제조공정과 보관 환경이 모두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 현상입니다.
먹어도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먹어도 괜찮습니다. 블룸은 곰팡이나 유해물질이 아닌, 성분 변화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맛이나 식감은 원래 초콜릿보다 떨어질 수 있습니다. 정상 초콜릿의 부드럽고 밀도 있는 느낌과 달리, 블룸이 생긴 초콜릿은 건조하거나 가루 같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블룸을 예방하는 보관법
블룸 현상을 예방하려면 다음의 보관 조건을 지켜보세요:
- 온도: 15~18도 사이의 서늘하고 일정한 온도
- 습도: 낮은 습도 (70% 이하)
- 보관 장소: 햇빛, 열기구 근처 피하고, 개봉 후 밀봉
냉장 보관보다는 일정한 실온이 더 적절할 수 있으며, 장기간 보관할 경우에는 밀폐 용기에 넣어 습기 유입을 막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리하며
초콜릿에 생긴 하얀 가루, 알고 보면 위험한 곰팡이도, 유통기한 문제도 아닙니다. 우리가 무심코 넘긴 제조공정의 섬세함과 온도·습도 변화가 만들어낸 결과일 뿐이죠. 앞으로는 초콜릿을 꺼냈을 때 놀라지 말고, 그 하얀 가루가 ‘블룸’인지 먼저 살펴보세요.
초콜릿 하얀 가루, 팻 블룸, 템퍼링, 온도 변화 이 네 가지 키워드를 기억하면, 초콜릿과 좀 더 오래, 맛있게 지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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